2011/03/24
길고 긴 계절의 편지를 쓰고 계단을 내려갔을 때였지, 코끼리 열차를
타고 온다는 로맨틱 라운지 밴드는 졸다가 가버렸고 착한 담쟁이넝굴
만 골목에 가득했어, 난 여름의 마음을 담아 목각인형을 풀어주었지.
트로피컬 양산을 귀에 꽂고 잠자리 선글라스를 씌여주었어, 떠돌이 악
사를 찿아가, 산악 전차를 타고 다시 먼 여행을 시작해, 하늘 나라 미
술관에선 하트 모양의 펀치를 찍고 있었지, 라일락의 마지막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어, 사람들은 어떻게 여름을 살 아갈까. 마음이 지워질
때까지 얼마나 더 꽃잎을 모아야 할까, 아무것도 미운 건 없었어, 써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 지워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 나는 또 대문을 닫겠
지만, 눈길이 닿는 곳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천사의 촉촉한 눈망
울과 영원히 그리워질 것 같은 여름의 공기와, 에테르의, 흩어지는 에
테르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