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지나 뒷산에 올라 고사리 끊다가
문득 저만큼 고사리에 눈 어두워
덤불 속 몸 구부려 손 내미는데
찰싹 눈두덩이 아프게도 때린다
바라보니 아아 아기 진달래
나 여기 꽃 피어 있다고
고사리만 좇던 마음 매질하는데
눈시울 붉히며 주저앉아 목메이는 봄날
산꿩은 무엇에 쫓겨 저리 우는 것이냐







시집 <다만 흘러간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