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달마의 옷자락을 타고
저녁 햇살 미끌어지는
한적한 미황사 안마당.
촉촉한 지느러미를 곧추 세운
치자빛 노을 한 마리
거친 숨소리로 퍼득인다.
먼 西海로부터 역류해 온 이 붉은 세월도
더는 갈 수 없어 명부전 처마 끝
한 마리 풍경으로 매달렸구나.

내 지금껏 몰고 온 세월을
어디에 매달아야 할까.
저 노을의 수평을 떠도는 나의 미황사에
정녕 이를 수는 있을까.
산들은 바다에 이르기 위해
산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구릉이 되고 밭이 되고 모래가 되었건만
나는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해
세상이 버겁구나.
매달을 처마 끝 하나 없이
끝내 어둠이 내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