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어나면 붐비는 곳에 나가
바람에 몸 맡기고
은행나무처럼 서있어 볼까
바람 견디며 눈감고
내 목숨 파르르 떠는 소리에
귀 기울여볼까

바람 좀 더 거세어지면
뜨겁게 지나온 세상살이에 남 모르게
데인 상처 몇 잎  
노란 잎삭처럼 져줄지도 몰라
그렇게 잃어버리는 것도 힘이 들면
빈 벽 한 귀퉁이에 등을 기대고
뜻 없는 낙서처럼 오래오래
서있어볼까

실은
내 이름 한 번 듣고 싶네
들불의 시절
불꽃으로 타오른 이름들 가슴에 숨겨
쓰다듬으며 아끼며 사는 어느 따뜻한 사람
쓸쓸한 산 모퉁이 돌아가다 꽃 한 송이 만난 듯이
반가워 눈 적시며 낮게 낮게
꽃이름 처럼 불러주는 내 이름
실은 그 목소리 듣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