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9
이제 무엇을 더 버려야 할 것인가?
마음의 집도 팔고
아직 거느려보지 못한 책들도 모두 팔고
빈 봉우리 하나쯤 소유하고 싶다
잔뿌리 덮인 저녁 하늘 한편에는
해가 굴러가고
나머지에선
온통 바람이 분다
私的으로 분다
두 눈이 지워진 돌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딸애는 자꾸 꼬마 귀신이라 부르지만
바람 속에 자세히 보면
내 얼굴이다.
시집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 문학과비평사.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