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1
안녕하신지요, 또 한 해 갑니다
연말연시 피하여 어디 쓸쓸한 곳에 가서
멍하니 있고 싶어요
머리 갸우뚱하고 물밑을 내려다보는
게으른 새처럼
의아하게 제 삶을 흘러가게 할 거예요
해질 무렵이면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은 삶인데요
이대로 내버려 둘까요
자꾸 얼마 안 남았는데 하는 생각뿐예요
급브레이크를 밟은 자동차 바퀴자국이 난
건널목 지나
맞은 편 성요한병원 붉은 벽돌담에
몸 기댄 겨울나무 그림자 보았어요
* 황지우 조각시집 -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학고재(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