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갈대로 서서
한번 흐느껴보자

 

누가 더 섦고 애통한지
옆 갈대와 슬픔의 키도 대보자

 

바람 심한 날이면
같이 부퉁켜 안고 울다가

 

저기 먼저 바람에 꺾여
강물에 실려가는 갈대가 보이거든
잘가라 손 흔들자

 

내가 먼저 꺾여 실려가도
미련 없이 떠나자

 

먼저 떠날수록
더 넒은 평원에 먼저 닿으리.

 

 

 


- 시집『마른잎 다시 살아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