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0
-故 김현에게
겨울하고도 흐린 날
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고
눈송이 몇 공중에 날려놓고 바람만 불다 말다 하는 날
이 식은 지구 껍질에 미열(微熱)이나마 심을 것은
그래도 버섯구름이 아니라
알맞게 거냉(去冷)한 술 한 잔이라면
오늘 양평 네 잠들어 있는 곳에 가
찬 소주 대신
가슴에 품고 온 인간 체온의 청주 한 잔 땅에 붓노니
그 땅이 네 무덤이건
우리 자주 들른 '반포 치킨'이건
그냥 지나쳐버린 어슬어슬 산천이건
작정한 듯 검푸른 하늘
바람이 눈송이 하나 무덤 위에 띄워놓고
술 방금 받는 부운 위(胃)처럼 한번 부르르 몸을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