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9
나는 한 식물이 화분에서 자란다는 것이 슬펐다.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것은
햇빛과 꿈과 자유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므로 화분에 핀 적동백 한 그루의 그
보호받은 빛깔은 나를 슬프게 했다.
낙동강 어귀의 나무들이 때때로 거센 폭풍우와 홍수에 떠밀리면서도 그 어두운 대지
아래로 조금씩 불 밝히며 들어가 낙동강의 작은 물줄기를 찾아내는 기쁨을 4月의 저
봄비는 안다 그 기쁨을 흔드는 실바람은 안다.
언제부턴가 스스로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나를 놓아주고 싶었다. 흘러가며 어딘가서
대지를 사랑하므로 고독한 뿌리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우리 모두의 화분 속에 갇힌
사물도 그대도 떠나 보내주고 싶었다. 오늘처럼 햇빛부신 날은 세계가 화분 밖에서
스스르 꿈꾸었으면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