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굳어 나무가 된 연잎이 있었다
수정다방 김양이 그걸 들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안사장은 김양이 양지바른 곳에 서기를 주문했다
늘 분같이 환하던 김양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안사장은 김양과 그늘 사이를 찍었다
연잎에 움찔 물이 돌았다
꽃이 된 김양이 최선을 다해 웃었다

 

 

 

 

 -동인지『푸른시』(심지,2006)

 

 

 

 

* 단 7行으로 된 짧은 시다. 시의 내용도 몹시 간단하다. 사진사 안사장에게 수정다방 김양이 와서 사진을
찍었다는 거다. 어쨌다는 것인가. 최선을 다해 웃었다니 그것은 또 무슨 말인가. 그 의미가 얼른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두 번, 세 번 거듭해서 이 시를 읽는다. 그러자 웃음 뒤에 비쳐오는 젖은 눈물의 물기가 슬쩍 보인다.
가정 형편이 남같지 못해 일찍 스쿠터를 타고 길거리에 돈 벌러 나선 수정다방 김양의 젖은 그늘이 보인다.
포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안사장이 누구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이 안사장은 사진을 참 잘 찍는다.
“김양과 그늘 사이를” 찍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 이 풍경을 외부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최빈 시인의 눈빛도 보통이 아니다.
“잘 굳어 나무가 된 연잎”이 “움찔 물이 돌았다”는 것을 보고 그것을 우리의 젖은 눈빛에다 옮겨다주니 말이다.
이 시는 수정다방 김양과 사진사 안사장 그리고 시인 최빈 세 주인공이 최선을 다해 웃은 결과물이다.
어떻든, 여러모로 살아가기가 참으로 힘든 요즘,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해 웃"어야 할 일이다. 웃음꽃이 세상 곳곳에
가득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