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0
새벽 네 시 깜깜한 바다 위에
드문드문 불을 켠 거룻배 몇 척
얼룩처럼 떠 있다. 배에게는
파도의 갈피가 모두
벼랑이었을 것이다. 벼랑마다
환하게 핀 꽃 거룻배는
제 처소에 들지 못하고
검은 그림자로 밤바다를
기웃거린다. 바다가 긁어 놓은,
딱지 앉은 상처 같다
그는 날마다 나를 가려워했다
언제나 날이 선 손톱으로 나를
벅벅, 긁어댔다
後景으로 하르르 떠 있던
나는 내가 누군가의
가려움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었다
뿌리 내리고
꽃이 피었던 기억도 없는데
열매를 가진 기억은 더욱 없는데
벌써 내가 아, 너무 딱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