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8
산이 가랑이 사이로 해를 밀어 넣을 때.
어두워진 바다가 잦아들면서
지는 해를 품을 때.
종일 달구어진 검은 뻘흙이
해를 깊이 안아 허방처럼 빛나는 순간을 가질 때.
해는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
도솔가를 부르던 월명노인아.
여기에 해가 셋이나 떴으니 노래를 불러다오
뻘 속에 든 해를 조금만 더 머물게 해다오
저녁마다 일몰을 보고 살아온
와온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떨기꽃을 꺾어 바치지 않아도
세 개의 해가 곧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찬란한 해도 하루에 한 번은
짠물과 뻘흙에 몸을 담근다는 것을 알기에
쪼개져도 둥근 수레바퀴.
짜디짠 내 눈동자에도 들어와 있다
마침내 수레가 삐걱거리며 굴러가기 시작한다
와온 사람들아.
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