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3
구포장이 서던 날
나는 무수히 짖어 대는 개소리를 들었다.
방천 둑을 따라 온갖 개들이 나와서
컹컹 하늘을 물어 뜯기도 하고
아예 짖는 것을 포기해 버린 놈들도 있었다
더러는 철망 안에서
수십 마리씩 비좁게 앉아 몸부림을 치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쇠줄에 묶여 어디론가 팔려 갈 하늘을 향해
앞발을 떡 버티고
이를 드륵드륵 가는 놈들도 있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갈비뼈에 송곳니를 박거나
아니면 언젠가 떠나야 할 우리의 영혼까지 흔들어놓는
무섭고 당찬 개소리를 들으며
바삐 바삐 둑길을 돌아서 가면
마치 삶의 종점에 온 듯한 현장이 무섭게 눈 앞을 가로막는다.
개들은 수십 마리씩 옷을 벗고 불 속을 뛰어들었거나
가마솥에 뛰어든 용감한 모습으로 판자 위에 올려져
끝까지 이그러진 하늘을 물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그들의 목에서 딱딱하게 굳은 울부짖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 본 하늘과
마지막으로 헤어진 主人의 얼굴이
눈동자에 굽혀 있음을 보았다.
생선뼈처럼 딱딱하게 굳었거나
잿불에 굽힌 그들의 눈동자를 손가락 끝으로 쿡쿡 찌르면서
얼굴 표정하나 흐트리지 않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얼굴에서 자꾸만 추워지는 무서움을 느꼈다.
人間이 가장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할
마음의 어느 일부가 무너지며
뼈 소리로 가득 찬 정오의 시장을 돌아나오면,
손아귀엔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반쯤 짤려나간 구포 위에 뜬 하늘에서는
죽은 개의 비명 소리만이
붉고 딱딱하게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