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꽃 피어

산수유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

산수유나무 새가 되어 날아가도

남은 산수유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산수유나무

 

너는 가고

가고 남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너를

달리 무엇이라고 부르나

 

길 모퉁이에 박힌 돌에 앉아서

돌에 감도는

이 냉기마저도 어떻게 나누어 가져볼 궁리를 하는 것도

새롭게 새롭게 돋는 어떤 새살(肉)인 모양인데

 

이 돌멩이 속에 목이 너처럼이나 긴

새가 한 마리 날아간다

날아가긴 해도 그 자리에서만 날아가고 있다

 

 

 

 

 

 

장석남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비평사,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