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잇길이 밝게 부르는 것 같다.

흐르는 마음이 닦아서 편편해지는 게 길의 힘이어서

산비탈도 길로 내려서면 나른해진다.

 

길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집에서 나와

가출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기척에도 귀 기울이며

사람들은 제 설렘들을 몰래 그 길에 내어널어 말린다.

 

사람들이 오간 기억으로 길은 굽이친다.

아침에 길 쓸며 제 갈 길 닦은 이는 제 길의 은짬*에서 낮에 죽고

누가 그를 길 없는 비탈로 밀어 올리는지 가파른 산길이 새로 생겨난다.

그 길은 추억들로 환해지다 닫히리라.

바람도 한동안은 그 길로 해서 산자들의 마을길을 기웃거리리라.

아침에 또 누가 그런 바람이 부산하게 다녀간 길을 쓴다.

 

 

 

* `중요한 대목'이란 의미의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