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8
홀연히 깨어난다
풋감이 떨어져 양철지붕에 구르는 동안
내가 이동해 온 거리는 백만 광년이 넘을 텐데
다리는 아프지 않고
저녁 먹고 마늘대를 벗기던 손톱 밑이 아리다
어디까지 가다가 돌아 온 것일까
내 생전의 손을 들어 짚어보는 창 밖에 어둠이여
밤배가 떴다
집어등이 파랗게 떨며 밤새 마음이 아픈 물고기를 낚아
지붕 위로 던진다
검은 배경을 두르고 빛나는 검은 물결과
몸을 퍼덕이며 서서히 죽어가는
물고기들의 숨소리가 겨드랑이에 스며
사람들이 잠결에 흐느낀다
오늘은 아이가 병중이고
내일은 밭에 마늘잎이 마르고
다음날 역시 잠을 얻지 못하여 귀만 얇아진다
물고기들이 힘을 다하여 양철지붕 치는 소리를 듣는다
지나가던 혼백이 내 베게 베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 잠이 들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수평선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섬들이
파도를 끌어올려
손등을 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