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선생님 영전에

 

 

 

큰 거북이 한 마리
이 진득진득한 진흙밭에
놀다 갔구나
몸뚱어리는 덧없어도
육체성은 耐久的이다는 걸
알려주는 그대 肉體文字
무릇 文體란 몸으로 꼬리치는 것,
그렇게 뻘밭에 잠시 놀다가
먼 바다 소리 먼저 듣고
큰 거북이 서둘러 간 뒤
투구게들, 어, 여기도
바다네, 그대 몸 나간 진흙 文體에
고인 물을 건너지도
떠나지도 못하고 있네
舊盛浦 商街 맥주집 문을 열고 나와
잠수교 밑으로 내려가면, 거기,
바다, 바다가 있지, 그렇지만
아, 게의 近視 앞에 바다는 있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네
뵈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므로
바다로 간 큰 거북이여
不死보다는 生이 낫지 않은가

 

 

 

   『문예중앙』 1990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