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걷다 보니
낡은 TV, 하나 반쯤 누운 채
버려져 있다

 

강아지풀 명아주
쑥부쟁이 모여서들
갸웃갸웃 브라운관에 저를 비춰본다

 

전원이 없어도
안테나가 없어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날씨는 쾌청
풀들의 무도회엔 인기척만이 두렵다

 

지금은 일요일 정오
뉴스가 있을 시간
누가 켤세라 누가 끌세라
개구리 한 마리
전원 버튼 위에 앉아 버티고 있다

 

 

 

 

 

 

시집 <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