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쯤이었던가 고정희 시인과 김남주 시인의 생가를 다녀오다
미황사 아래 산다는 김태정 시인을 뵐까도 했었다
투병중인 시인을 찾아간다는 것이 왠지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발길을 돌리고 말았는데
이 가을... 김태정 시인은 먼길을 떠나고 말았다
불타는 가을은 아직 이르고 서먹한 아침 안개만이 가득할 뿐인데...

 

 

 


물푸레나무 / 김태정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 빛이 스며든 물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인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겐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묵언정진하듯 물빛에 스며든 물푸레나무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