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이 향기없음은 그냥 자기를 바라만 봐달라는 배꽃의 메세지인지도 모릅니다.
보리울을 찾은 두 여인은 그래도 좋은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모로 찍고
취기를 위로하듯 듬성히 마을 기와 지붕을 비추던 수은등은 고요한 아름다움입니다
그가 나에게 인간에 대해 음악에 대해 외로움에 대해 연애에 대해 어둠에 대해 얘기했을 때
그에게 걸었던 전화한통이 자신을 몹시도 괴롭게 했다는 얘기에 대해
나는 또 하나의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스르르 자리를 털고 이 어둠을 달래려고 내달렸던 그 길
그와 함께 몇번이고 반복해서 듣던 검은비

 

 


검은 비 - 한보리

 

검은 비 내리는 봄밤
목련은 하얗게 피어서는 어둡게 지고
무지개는 어디쯤 발을 묻고 있을까?
양철지붕위로 검은 비 내리는 소리
검은 비 내리는 봄밤
기차는 어둠을 뚫고 어둡게 어둡게 울고
길은 어디까지 닿아있을까?
달없는 들판을 고양이 내달린다
꽃은 스러지고 새들은 추락하는구나 검은 비 내리는 봄밤
고이 쌓은 돌탑이 스스로 눕고 검은 비 검은 비 내린다
다시 풀들이 말라붙고 목마른 저 나무들의 마른 기침소리
날들, 날들이 돌아누워 울고 흐느끼는 바람 바람 바람
검은 비 내리는 봄밤 벚꽃은 화사하게 피었다가는 지고
그대와 나의 꿈은 어디쯤 묻혀있을까?
저 종각위로 기우는 그믐의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