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운주사에 다녀 왔습니다. 황지우 시인의 조각시집과 정호승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남도에 내려가면 꼭 운주사에 다녀 오리라 생각했었습니다. 천불천탑의 운주사가 내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내심 설레임을 갖기도 했습니다. 뿌연 황사가 산 언저리에 피어 있던 운주사 얼핏 보면 단정한 협곡처럼
느껴졌던 그곳에서 소박하게 쌓아 올려진 석탑들과 편안히 자리한 석불들을 만났습니다.
웃고 있는 것인지 상념에 빠진 것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밋밋해진 얼굴들 코가 떨어지고 머리 한 귀퉁이도
없어지고 입술은 닳아 없어지고 천년의 세월을 이제 쉬고 싶다는 듯 암벽에 기대어 있던 석불들
'운주다실' 찻집에서 솔입차를 한 잔 마시다가 만났던 '보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백구
터덜터덜한 발걸음으로 보고 싶었던 봄날의 운주사...

욕심이 과했던지 앵글속에 들어온 운주사의 풍경들이 마음에 걸려 자꾸만 뒤돌아 보았던 운주사...

언젠가 당신과 함께 그곳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