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말라붙고
사정없이
눈만 맑은 남자였다

 

버스를 세우고 갈대 무리 꼿꼿하게 선 구릉 사이로 숨어 오줌을 누며
올려다본 하늘에
彩雲 한 자락
바짝 마른 가래처럼 걸려 있었다
사막은 순식간에 오줌 흔적을 삼키며 오므라들었다

 

퇴행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눈꺼풀 근육이 시간의 혀끝에서 녹는 소리가 들렸다
목에 꽂힌 석션 줄을 지키고 앉아
여자는 남의 집 일도 못 나가면서 잘 웃었다

 

길을 잃고도 죽지 못한 나머지 병치레를
생이라 부른다
장대한 폐허를 거느리고 물고기 비늘이 번쩍거렸다
사막에서 태어나는 바닷물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난바다를 뱀처럼 앞서 걷다가
석굴 벽에 스며든 남자는 이름만 남아
혜초라고 했다

 

 

 


*彩雲(채운) 여러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