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 앞에서는
눈이란 다만 무력할 따름.
가을 하늘가에 길게 뻗친 가지 끝에
점찍힌 저 절대정지를 보겠다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미묘하기 그지없는 간격을
이어 주는 다리[橋]는 무슨 상형인가.

 

저것은 무너진 시계(視界) 위에 슬며시 깃을 펴고
핏빛깔의 햇살을 쪼으며
불현듯이 왔다 사라지지 않는가

 

바람은 소리 없이 이는데
이 하늘, 저 하늘의
순수균형을
그토록 간신히 지탱하는 새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