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파초 잎 아래라면 내 마음을 숨길 수 있겠다
초록이 누적된 길고 널따란 한 잎을 세워
엎어지려는 몸 감출 수도 있겠다
바람이 파초 잎을 찢어놓고 갔다
파초 잎 긴 손이 햇빛을 잠재운다    
삽목된 마음은 물 빠짐이 지나쳐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
얼룩도 무늬도 없는 파초 잎
잡고 누르면 가느다란 소리를 내며 실처럼 갈라지는
그 소리에 왜
부끄러움을 느껴야하는가

 

저 파초 잎 그늘이라면 내 마음을 숨기기에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