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긋자 아이들이 공 차며 싱그럽게 자라는
원구 초등교 자리, 가톨릭 대구 교구 영해 수련장
현관 앞에 서 있는 향나무
선들바람 속에 짙은 초록으로 불타고 있다.
나무들 가운데 불의 형상으로 살고 있는 게 바로 향나무지.
중얼대며 자세히 살펴보면
몇 년 전 출토된 백제 금동 향로 모습이 타고 있다.
선들바람 속에 타고 있다.
혹시 금동장(金銅匠)이 새로 앉힐 향로의 틀을 찾다
향의 속내를 더듬다
저도 몰래 향나무 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금 밖으로 흘리는 공을 되차주기도 하며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나무 앞에 선다.
아이 둘이 부딪쳐 나뒹굴어졌다 툭툭 털며 일어난다.
이 살아 불타고 있는 향로 앞에서
이 세상에 태울 향 아닌 게 무엇이 있나?
속으로 가만히 물어본다.

 

 

 

 

황동규 시집『꽃의 고요』(문학과지성사,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