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같은 것 먼지같은 것 더불고
이 봄을 난다
겨울에 말랐던 꽃들이 피어나는 논둑에
추위 타는 마른 쑥잎 터지는 소리
가다가 멈춰서서 깊은 생각에 잠기는 강물이
얼음 풀고
낱낱이 흩어지는 모래들이 제 모습 감추며
천의 얼굴을 씻어 내린다
헐벗은 것들 많이도 모여
찾가리고 우는 인동초
금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아래서
굴뚝새의 소문이 궁금해
혼자 산을 오른다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나 무용한 일들에
부심해 왔는가
반짝이는 은화와 부질없는 논리와
주말까지는 관습으로 걷는
반이나 닳은 구두창

 

어제 띄운 두어줄 편지는 도착했는가
긋고 지운 부끄러운 말의 조각은 전해졌는가
걸레 조각같은 데라도 손을 닦고
돌아돌아 보이는 마을을 두고 푸섶길 밟으면
인종의 저녁연기 두근거리며 산 아래 흩어진다

 

너무도 많은 봄을 놓쳐버린 들판을 보며
개울물 한 가닥 하늘로 띄워올리는
봄잠 가운데 눕는 이 조그만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