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엇을 더 버려야 할 것인가?

마음의 집도 팔고

아직 거느려보지 못한 책들도 모두 팔고

빈 봉우리 하나쯤 소유하고 싶다

잔뿌리 덮인 저녁 하늘 한편에는

해가 굴러가고

나머지에선

온통 바람이 분다

私的으로 분다

두 눈이 지워진 돌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딸애는 자꾸 꼬마 귀신이라 부르지만

바람 속에 자세히 보면

내 얼굴이다.


시집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 문학과비평사.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