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5
끝물이라는 말보다는
뒷물이라는 말이 약간은
더 야릇하고 즐겁다
끝물이라는 말 속엔
막판에 덜미 잡힌 사람 하나
고개 꺾인 채 주저앉고 있지만
뒷물이라는 말에서는
앞서 간 발자국을 짚어가며
천천히 뒷짐 지고 따라가는
노인네의 더듬거리는 발소리나
달빛 아래 주춤주춤 치마를 걷어 올리는
시골 아낙의 땀내 나는 숨소리가
간질간질 들려오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