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이라는 말보다는

뒷물이라는 말이 약간은

더 야릇하고 즐겁다

끝물이라는 말 속엔

막판에 덜미 잡힌 사람 하나

고개 꺾인 채 주저앉고 있지만

뒷물이라는 말에서는

앞서 간 발자국을 짚어가며

천천히 뒷짐 지고 따라가는

노인네의 더듬거리는 발소리나

달빛 아래 주춤주춤 치마를 걷어 올리는

시골 아낙의 땀내 나는 숨소리가

간질간질 들려오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