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새가 날아오르는 길에는 새벽과 아침 사이의 여운이 있다

 

수련 꽃봉오리들이 옹알이하며 보드랍게 빨아먹는 뿌우연 젖,
자꾸 감추고 싶어 하는 물안개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 사이에서
차츰 저수지를 더 웅숭깊게 하는, 촉촉하게 젖은 아침의 마알간 눈

 

그 눈빛이 너를 불러온다
아직도 마음 한쪽 끝이 붙잡고 있는, 공복의, 파릇한 허기 같은 그리움

 

일제히 물안개 지우며 선명하게 펼쳐지는 저수지 풍경 같이
햇살 속에 놓여져 이제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이 투두둑, 터지는 실밥 같은, 수련 꽃봉오리를 열려는지 다문 입 자꾸 움찔거린다

 

새떼를 떠메고 날아올랐던 저수지가 시퍼렇게, 드높은 하늘이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