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보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거울에 자주 나타난다,

내가

 

재떨이를 찾아 책상까지 갔다가 오면서도

아, 내가 책상까지 갔다 오는구나, 생각한다

책상 모서리에 몸이 스칠 때

아, 내가 아직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

물로 채워진 어떤 덩어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가끔 죽은 사람 생각이 들곤 하는데

말끝마다 씨발 하던 채광석이라는 자라든가

구반포 치킨집 부서진 치킨 앞에서 술 취하면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부드럽게 부르던 김현 선생이라든가

왜 그들의 음성이 떠 있던 그 공간만의 생인가

그들의 목소리, 표정들, 성격은 환영인가

 

턱 밑 털을 밀기 위해 추어올린 내 얼굴:

비누 거품을 허옇게 쓴 나의 헛것,

이것, 아무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