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히는 순간 아득히
부서지는 낙엽들의 소리

 

내가 걸음을 갑자기 멈춘 것은,
오후 약속을 잊은 것은 그 소리 탓이었다
그녀는 기다리다 떠나갔고
나는 언덕에서 네 시 기차가 떠나는 소리를 듣는다

 

- 한 生이 낙엽 부서지는 소리로 바뀔 수 있다니

 

또 발밑에선 낙엽이 부서지고
먼 곳에선 새가 난다
누군가 또 약속을 잊고
누군가 또 기차를 바꿔 타나보다

 

낙엽 소리에
먼 하늘 별이 돋는다

 

 

 

 

 
시집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문학과경계.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