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사막이었네
끝없는 모래밭을 걷던 다리가
죽은 나무 그늘에서 모래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허벅지를 지나 가슴으로,    
멀리서 환영처럼 나타나는 그대를 향하던 
은밀한 눈짓까지 모래로 쌓이더니
음악의 선율처럼 몸속을 흐르던 바람도
모래로 쌓여, 스스로 사막이 되었네
이제 푸른 하늘 아래 솟아오르는 신기루를 
모래 언덕으로 세우고 
몸의 어두운 구석에 숨겨 둔 영혼의 우물, 
그 깊은 속까지 모래로 가득 채우면 
이윽고 광활한 모래의 세계가 
내 몸에서 열린다네
언젠가 낙타를 몰고 사막을 지나는 그대가 
내 몸의 단전(丹田)을 딛고
‘사막에는 아무 것도 없어, 바람뿐이네.’고 말하면
모래로 쌓이고 쌓이던  한 생(生)이 
비로소 바람이었음을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