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와서 잠시 무게를 부려보기도 하고
바람이 와서 오래 힘주어 흔들어보기도 한다
나무는 무슨 생각을 붙잡고 있는지 놓치는지
높은 가지 끝 잎사귀들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잎이 다 시드는 동안 나무는
가슴을 수없이 잃고 찾고 했나보다
그의 둘레가 식었다가 따스해졌다가 반복하는데
내가 왜 이리도 떨릴까
아직 가까이하지 않은 누군가의 체온 같기도 하고
곁으로 빨리 오지 못하는 누군가의 체온 같기도 한
온기가 나를 감싼다
그의 속에는 누가 살고 있기에
외롭고 쓸쓸하고 한없이 높은 가지 끝에
잎사귀들 얼른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그의 생각을 끊어놓고 이어놓고 하는 걸까
나무가 숨가쁜 한 가슴을 꼬옥 꼭 품는지,
나도 덩달아 가슴이 달떠지는 것이어서
내 몸속에도 누가 살고 있기는 있는 것이다
가만히 서서 나무를 바라보는데도 나는
무슨 생각을 그리움처럼 놓쳤다가 붙잡았다가 하고
여전히 그는 잎사귀들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
새가 부려두고 간 무게를 견뎌야 생각이 맑아지는지
바람이 흔들어대던 힘을 견뎌야 생각이 맑아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