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지역 담벽에
휘갈겨 쓴 붉은 스프레이 글씨,
sex

저것을 번역한다면
'사랑'이거나 '씹할...' 정도가 아닐까
분노와 욕망이 함께 거주하는
저 덜렁 벽 하나 뿐인 집

버티고 선 포크레인
그리고 도심의 휘황한 불빛 앞에서

피 흘리듯 흘림체의 저 sex는
누리고 있는 자가 더 누리기 위한 호사는 아닐 것

분노하고픈 사랑이여
사랑하고픈 분노여

제 몸을 내어준 벽이 홀로 쓸쓸하댜


 

 



[시안] 2004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