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가구가 한 번지에 감자알처럼 대롱대롱 메달린 포이동 266번지.얼굴에 핀 버즘처럼
햇볕에 하얗게 바래간다. 구청직원이 다녀 간 뒤, 타월펠리스와 양재천 사이에 낀
초등학교 출석부에서 몇명의 학생들이 또 빠져 나갔다. 판자촌 아이들 찢겨진 국정교과서처럼
중국집으로 단란주점으로 흩어졌다. 대광주리에 집게 하나 달랑 들려 강제 이주 된 후
살갗 드러낸 전선이 천정에 거미줄 친 방에서 전봇대위의 까치처럼 살아온 사람들
형과 누나가 떠난 자리,빈방에 코흘리게 어린것들만 남아 연신 촟점잃은  눈빛을 굴려댄다.

 

의심없이 퍼마신 희망으로 말미가 짧아지는 포이동 266번지 수퍼 앞 평상, 아침부터 취기가
오른다.손가락을 넣어 꾸역꾸역 토해내도 다 뱉어낼 수 없는 시간들. 24년을 담보로 불어난
원금 없는 가난이 죽음으로 상환되는 곳,망가진 채로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리어카 바퀴살만이
넝마로 살아온 삶을 외롭게 중언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