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편을 뒤지면
비롯할 창이다.
옥편풀이와는 달리
創자에는 상처란 뜻도 있다.
創傷이란 의학 용어로도 쓰인다.
창조와 상처가
한 글자 안에 동거하고 있다.
창조하는 정신은 언제나 상처입는다.
한자는 그것을 알고 있다.

 

날개는 다친 새는
더 멀리 날기 위하여
다시 어둠의 벼랑을 탄다.
휘몰아치던 비바람이 그친 다음날
섬의 벼랑 아래 떨어져 있는
수많은 바다새의 흰 주검들을 보라.

 

고호의 해바라기가 내뿜는 불꽃의
눈부신 암흑을 보라.
기원전 십수세기
은나라 유적에서 발굴되는
뼈에 새겨진 최초의 기호가
태어날 때의 아픔을
글자는 기억하고 있다.

 

창조하는 정신은 언제나
피를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