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토막 같은
청춘을 살았다
불길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갔던,
거두절미당한 벌거숭이는
어느새 나무의 
후생이 되었다
숯으로 변한 나는
불같은 사랑을
두려워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불씨를 숨기고 살아간다
막 배를 가른
죽어가는 짐승의 속처럼,
숯을 꺼낸 빈 가마는
여전히 뜨겁다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도
얼마간 따뜻할 것이다

 

 

 


시집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창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