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심당한의원
얇은 천으로 된 칸막이 안에 누워 침을 맞는데
옆 칸에서 누군가 방귀를 뀐다
처음엔 무심코 나온 듯한 소리가
두번째 세번째는 소심하게 조신하게 조심스럽게 들려온다
침을 다 맞고 나와 간호사를 기다리는데
마침 그 쪽 칸막이도 걷힌다
서른 초반이나 되었을 고운 여자다
눈이 마주치자 그쪽은 아무 일 없다는 표정인데
나는, 나만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 둘 데가 없다
제 에 길!
의원 양반에게 이런 성격에 맞는 침 있으면 놔달라고 하고 싶었다

 

 

 

 

 

 - 『 현대시학』201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