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누에 뽕잎 갉아먹는 소리
자다 깨어 간지러운 귀를 판다
세상 잘못 살아온 나를
어디 멀리 있는 이가 욕을 하는지
귓속 간지러움 밤새 그치지 않는다
잎에서 잎맥으로 잎줄기로 옮겨가며
점, 점, 점, 사나워지는 누에들의
뽕잎 갉아먹는 소리,
내 귓속 간지러움도 달팽이관을 따라
점점 깊은 곳으로 몰려간다
세상 함부로 살아온 나를
이제는 가까이 있는 누가 욕을 하는지
뽕잎 갉아먹는 소리 갈수록 거칠어지고
자다 깨어 죄 지은 사람처럼
무릎 꿇고 앉아 간지러운 귀를 판다

 

 

 

 

 

시집 <꽃과 함께 식사> 고요아침.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