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고 있는 곳에 공터가 있어
비가 오고, 토마토가 왔다 가고
서리가 오고, 고등어가 왔다 가고
눈이 오고, 번개탄이 왔다 가고
꽃소식이 오고, 물미역이 왔다 가고

 

당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공터가 있어

 

당신 눈동자가 되어 바라보던 서해바다가 출렁이고
당신에게 이름 일러주던 명아주, 개여뀌, 가막사리, 들풀이 푸르고
수목원, 도봉산이 간간이 마음에 단풍 들어
아직은 만선된 당신 그리움에 그래도 살 만하니

 

세월아 지금 이 공터의 마음 헐지 말아다오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