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편에 치워진 고양이
꽃을 보고 누워 있다
한 번도 꽃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꽃이 고개를 돌린다
쓰레기나 뒤지더니 쓰레기처럼 죽어가는
놈의 따뜻한 기억은 대부분 길에서 주운 것이다
길에서 피었다 사라지는 것들
꽃도 머지않아 이 길에 뼈를 묻을 것이다
북아현동에 첫 추위가 찾아왔다
검은 비닐 챙겨 골목을 내려간다
신문지로 고양이를 싼다
우그러지며 수의가 우는 소리를 낸다
검은 비닐에 넣고 나비매듭을 한다
고양이와 꽃과 나는, 쓰레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시집<너의 반은 꽃이다> 2007.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