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해답은 지극히 간단한 데서 온다.
타조가 날지 못하는 이유는, 요컨대 몸이 너무 무겁다는 것. 열대의 황혼 쪽으로 한
없이 날아가는 것들을,날아가는 것들을, 날아가는 것들을,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타조.

 

딜레마는 이런 것이다.
15층 아파트 창틀에 끼어 가볍게 죽어 있는 잠자리. 텅 비어 마른 날개. 어느 오후
쓰레빠를 끌고 비디오 빌리러 동네 언덕을 내려갈 때마다, 그때마다 인수봉에 내리는
황혼 쪽으로 날아가는 것들을, 날아가는 것들을, 날아가는 것들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네. 나는 아무 때나 끔찍해진다.
퉁퉁 불어버린 生의 부기를 확인시키는, 저 거대한 거울.

 

나는 그 거울 속으로 아예 터벅터벅 들어와버린 타조처럼. 열쇠를 안에 두고 열리지
않는 문, 한량없이 두드리고 있네. 이 삶은 코믹한가, 트래직한가. 언제나처럼 해답은
지극히 간단한 데서 온다. 다만,
더듬이만으로 일생을 기어가는 벌레, 벌레의 없는 눈 위로 가득한, 가득한, 가득한,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