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는 카주라호를 보려고
아그라에서 잔시행 열차를 타고
거기서 다시 버스에 올랐다
차는 아직 떠나지 않는데
뒤의 맨 끝자리에
수척한 젊은이가 악기를 껴안고 앉아
조용히 음률을 뜯는다
해진 옷에 맨발의 긴 머리 방랑자
낡은 라반하트하에 얼굴을 묻고
이미 대지를 닮아 조악해버린 몸
그는 어떤 시인일까
여기 태어났으면 나도 방랑자였으리
삶도 시도 버리고
악기 하나로 땅을 떠돌았으리
문득 그를 따라 떠나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누르며 창밖을 본다
버스는 흔들리며 평원을 달리고
유채꽃 눈부시게 피어 있는 지평이 눈에 닿을 듯
가까이 나를 부르는데
방랑자의 악기줄에 슬프게 비가 내리고
해 저무는 소리 묻히고
사막을 지나는 바람소리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