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유등마을 연지엔 연잎들이 모두 나와 물을 덮고 있다. 누가 물가 풀
섶에 빛바랜 운동화 한 켤레를 가지런히 벗어놓았다. 저런, 낡은 죽음의
이미지조차도 이쁜 꼬리지느러미를 달고 짧게 사라진다. 배고프다 문득,
연잎에 이는 한바탕 소나기 소리가, 그런 바람의 비늘이, 달빛 냄새가 궁
금하다. 아, 꽃지고도 많이 남은 초록 날짜들이 남몰래 빨아먹는 슬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