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벗어놓은 고무신 한 짝
녹슨 햇빛이 지나갔을 뿐이다

 

아름드리 밤나무가 드리운 그늘 밑에
가난한 집 누이 같은
이끼들이 있다

 

진종일 뛰어 놀고
배고픈 언니와 사이좋게 포개 잠든
너희들,
아주 작은 생들이구나

 

생마늘 씹은 듯 생마늘 씹은 듯
이번 생은
매우 아린 생들이다

 

 

 


시집<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들녘.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