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서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만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어느 날 내가 살었는지 안 살었는지도 모를 삶이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訃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 점 배달시키랴?

 

 

 

 

 


좋은시 2005 삶과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