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 끼인 날  
운주사(運舟寺), 한 채 돛배가  
뿌연 연초록 화순(和順)으로 들어오네  
가랑이를 쩌억 벌리고 있는 포구(浦口)  
천불천탑이 천만 개의 돌등(燈)을 들고 나와 맞는다
해도, 그게 다 마음 덩어리 아니겠어?  
마음은 돌 속에다가도 정(情)을 들게 하듯이  
구름 돛 활짝 펴고 온 우주를 다 돌아다녀도  
정들 곳 다만 사람 마음이어서  
닻이 내려오는 이 진창 비구름 잔득 끼인 날  
산들은 아주 먼 섬들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