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보면 가끔 새들이 돌아가 죽는다는
페루의 바닷가를 떠올렸다
지리산 실상사 수월암 앞
산비둘기 두 마리 전깃줄 위에

 

삶이 그렇게 저마다의 외줄기나 평행의 줄다리기라고
내게 말하는 것일까
멀리 천왕봉 푸른 그늘이 서늘한 소나무 숲 아래
담배 한 개피 깊이 태워 문다
아름다운 시절은 한때이런가

 

누가 너를 얽매고 있느냐 남아 있는 새
바람이 불고 전깃줄이 휘청거린다
산비둘기 한 마리 오래도록 흔들린다 그러다가 다시

 

처음부터 그랬다
거기 전깃줄 위 누가 누가 살았던가

 

 

 

*로맹가리의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