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겨울은
그해 겨울의 굳은 바람 소리는 지금
무엇을 할까 그날 저녁이 分家였음을
오랜 후에야 알았지만 그때 나는
대관령 너머 진부나 장평쯤에서 잠이 들었고
상고를 나와 자동차공장에 취직한 친구며
삼천이백 원 하던 강릉발 중앙고속의 날랜 사자며
嶺西의 개천들처럼 서쪽으로 흐르던
어수선한 꿈들 밖으로 눈이 내려
섣부르게 차창에 와 부딪히던 눈발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그때 고향에 두고 온 것들 이를테면
눈 맞으며 손 흔들어주던 사랑도 이제는
쌓이고 녹고 하여 또 내일처럼 낡아갔는데
영동고속도로 길가의 자작나무들
흰 몸들 내가 타관에서 시들어갈 때
이따금 나를 찾아와 주고는 하였는데
귓속말로 뭐라고 말하고는 하는데
또 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