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마른 풀밭의 염소이거나 염소의 발에 밟힌 강아지풀처럼
작고 순하게 살고 싶었다
겨울이 가고 일찍 봄이 찾아와도 햇빛이 눈부신 백양나무처럼
흰 몸으로 살고 싶었다
나는 동풍에 대해서는 연약했으나 삭풍에 대해서는 완강했다
거리와 건물은 낡고 학교는 늙어버렸다
신문과 뉴스들은 오만하고
관습들은 너무 오래되었다
나는 종이의 말없음엔 경건했지만
책들의 강변에는 무릎 꿇지 않았다
세상을 향해 말하기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길을 택해 왔다
누가 스무살의 나이로 버드나무보다 더 푸르겠느냐
나는 어제 걸어온 길을 걷지 않고
아직 미지로만 남은,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신발끈을 묶는다
모르는 길들이 우리의 생을 끌고 간다
어제는 언제나 낙후하고 내일은 미지인채
또 저 길을 가야한다
걸어가는 날까지만
나는 살아 있는 것이다